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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조선족작가넷 > 습작원지 > 소설문학 > 연변문학 2017년 2호 추천작품-누가 고양이를 죽였나?(장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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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문학 베스트 10
 
작성일 : 17-03-16 16:00
연변문학 2017년 2호 추천작품-누가 고양이를 죽였나?(장선자)
 글쓴이 : 작가협회
조회 : 5,433  

단편소설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장선자

 


      바람


      느닷없이 비가 구질구질 내렸다. 배수가 잘 안된 길은 물이 고여 사람들이 지나다닐 때마다 첨벙첨벙 귀맛 좋은 소리를 냈다. 그래서인지 비가 오면 좋았다. 모든것이 감수성을 지니고있어 조금만 건드려도 도- 레- 미- 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된다.

      길가의 버드나무아래에 버들개지가 눅진하게 널려있다.

      녀자는 이런 날을 좋아했다. 비가 오면 냄새가 깊어지고 마음이 설레이고 코가 촉촉해지고 눈이 맑아지는것 같았다. 비 오는 날 나무냄새를 맡으면 나무가 맞춤하게 들어앉은 삼림속의 오솔길을 걷는듯한 상상에 빠지군 했다.

      하늘을 가릴만큼 가지가 풍성한 소나무들이 빼곡하고 그런 소나무들사이로 희미하게 오솔길이 나있다. 그 길에는 솔잎들이 어지간히 쌓여 발밑이 푹신푹신하다. 공기는 차고 맑으며 솔내가 진하다. 가끔 한줌의 해살이 나무잎새로 쏟아져들어와 너무 어둡지는 않다. 가벼운 등산복에 발이 편한 운동화를 신은 녀자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채 몸이 대자연의 일부가 된듯한 편안함을 느끼면서 걷는다.

      가로수가 사라지고 높낮이가 다른 건물들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어느 집에선가 기름에 파를 볶는 향기가 흘러나온다. 퇴근하자마자 지친 안해를 위해 손을 씻을 새도 없이 부엌을 차지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기름진 중국료리를 좋아하는 안해를 위해 쇠가마에 기름을 붓는다. 기름이 달자 일정하게 썬 파와 마른 통고추를 집어넣고 환풍기까지 치솟는 불쇼를 선 보이며 향긋한 료리를 만든다. 대강 걷어올린 팔뚝에 퍼렇게 힘줄이 살아 불끈거린다.

      주택가에 다달으니 놀이터주변에 있는 오래된 라이라크나무가 보인다.

      꽃은 아직인데 나무에서 새물새물 라이라크향이 풍긴다.

      나는 냄새를 갖고 다니는 바람이다.



      녀자


      남편은 내가 고양이를 죽여서 비닐봉투에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처넣는것을 보았다고 했다. 어떻게 생긴 고양이였느냐고 물었더니 검정색과 흰색이 섞인 얼룩고양이라고 했다.

      “왜 그랬어? 고양이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싱크대에 서서 생선을 손질하던 나는 기가 막혀 입을 딱 벌렸고 쏘파에서 TV를 보던 남편은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실 난 그런 고양이를 본적이 없었다. 깔끔한 주택가에 길고양이가 돌아다닐수도 없는 일이고 설사 집고양이라고 해도 경계심이 높은 그놈에게 서뿔리 다가갈수 없었다. 게다가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유순한 개와 달리 고양이는 사람의 손길을 싫어하는 앙칼진 존재였다. 일곱살 때인가, 순수한 마음으로 뻗친 손이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에 사정없이 긁힌후부터 나는 고양이를 싫어했다.

      “알잖아. 나 고양이 싫어하는걸.”

      “싫다고 죽일 필요까지는 없잖아?”

      남편이 비아냥거렸다.

      걸핏하면 트집을 잡기 좋아하는 남편인지라 나는 귀등으로 흘리며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점심 직장에서 기사를 쓰다 갑자기 고양이가 떠올랐다. 내자리는 창문옆에 있었는데 정오의 해살이 쫙 퍼지면서 눈섭으로부터 목아래까지 절반 얼굴을 비췄다. 해가 눈부시게 비추는 날에 봤던 고양이가 떠올랐다. 그날 해살은 길옆 키낮은 관목숲 구석에 드러누운 고양이를 비추고있었다. 고양이는 황금빛해살에 온몸을 맡긴채 지나가는 인기척에 이따금씩 눈까풀을 떨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황금빛수염을 보니 어쩌면 해빛이 이 고양이만을 비추는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는 마치 해빛이 자기의것인양 즐기고있었다. 아마 해빛을 완전히 제것으로 착각하니까 저렇게 주위를 의식하지 못하고있는거겠지.

      해는 분명히 만물을 포함한 드넓은 대지를 비추고있었지만 고양이는 그 해빛을 독점하고있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한번도 그 고양이와 같은 표정을 본적이 없거니와 그런 표정을 한적도 없었다.

      나는 고양이를 싫어했지만 그 고양이만은 나한테 깊은 인상을 줬다. 때문에 나는 그 고양이를 죽일 필요가 없었다. 내가 왜? 갑자기 들이닥친 영문 모를 억울함에 눈물이 났다. 며칠동안 지속되던 강우가 끝나 해가 쨍쨍 비추는 어느날 번듯하게 지어진 고층건물에서 기사를 쓰다가 밖을 내다보니 눈물이 났다. 내가 왜? 난 저녁밥을 다 먹고 설겆이중인 남편의 뒤모습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말을 꺼냈다.

      “나 아니야!”

      “뭐가?”

      남편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대꾸했다.

      “고양이, 내가 왜 고양이를 죽여?”

      남편이 큭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왜 웃어?”

      “봤다니까. 당신이 쓰레기통에 처넣는걸.”

      “난 그런 고양이를 본적도 없다고!”

      “그럼 내가 본것이 당신 아니였나? 그럴수도 있겠지.”

      마침내 더 큰 말싸움으로 번졌다.

      하지만 얼마 안되여 쏘파에 앉아있는 아버지를 의식하고 둘은 거의 동시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한껏 높아진 언성속에서 아버지가 풍기는 외로움이 실뭉테기마냥 딩굴딩굴 우리에게 굴러왔다.

      5년전, 잠시 중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한국으로 나가던 도중 아버지는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바다 건너 그곳에서 이십여년이라는 긴 세월을 뼈 빠지게 일해온 아버지는 마치 자기 집 문을 들어서다가 거절을 당한것마냥 무척이나 락담했다. 결국 늙은 아버지는 마침내 뇌혈전으로 쓰러졌고 언어능력을 잃었다.

      아버지는 온 하루 말 한마디도 안하였고 식사때면 반찬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맨 밥만 떠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그리고 젊어서 못 잔 잠을 보상하려는듯 방에서 쿨쿨 주무시기만 했다.

      그런 아버지였기에 우리는 한시도 곁을 비울수 없었다. 하지만 말이 없고 교류가 없는 아버지는 한시도 외롭지 않을 때가 없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는 우리는 더욱 괴롭고 안스러웠다.

      피로가 쌓일대로 쌓인 모양인지 나는 마침내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악몽은 일년이고 이년이고 매일 지속되였으며 그때마다 같은 꿈을 반복하였다.

      옆에서 같이 자던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꿈이였다. 태여난지 얼마 안되는 아들이 떨어지는것을 보고 나는 소리를 지르며 두손을 뻗어 안으려고 했다. 

      “아!” 하고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스스로 놀라서 깨여보면 두손은 옆에서 자는 남편의 머리를 안고있었다. 처음에는 놀라서 같이 깨던 남편이 점차 적응이 되였는지 깨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남자


      고양이를 죽인 녀자는 안해가 틀림없었다. 그날 나는 입찰문제때문에 A&D부동산개발회사를 찾아갔다. 회사책임자가 대학선배였다. 말이 선배지 나보다 나이가 두살이나 어린 놈이였다. 어린 선배는 못 본 사이에 아래배가 불룩 나와있었고 얼굴과 머리에는 기름이 철철 흐르고있었다. 나는 입찰때문에 그에게 잘 보여야 했다.

      입찰회의는 저녁술자리로 이어졌다. 안해의 잔소리때문에 술을 자제하던 나는 그날만은 몸을 내번지고 마셨다. 소위 선배라는 놈보다 나이가 더 많지만 학번도 낮고 사회지위도 낮은데 술로라도 이기자는 심정으로 나는 소 뜨물 켜듯 술을 들이부었다. 마실수록 목구멍이 떫을 정도로 술이 썼지만 멈출수가 없었다.

      마침내 술자리가 끝났다. 나는 차를 버려둔채 집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대리운전을 기다리는 그놈의 수입제승용차 라이트불빛이 내뒤를 비추면서 자신의 그림자가 눈앞에 펼쳐졌다. 다리가 사다리마냥 길어지고 왼손에 든 가방이 건들건들 춤을 추는것도 보였다.

      어린 선배와 헤여진후 나는 반시간도 넘는 길을 걸어서 집까지 왔다.

      이렇게 정신이 말짱할수 있다니. 너무 말짱해서 길옆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의 통화내용도 다 알아들을수 있을 정도였다.

      휘청휘청 집까지 왔다. 햐!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은거지. 집값이 하늘을 찌르는 요즘 세월에 번화가에 번듯이 집을 마련하고(비록 절반은 대출이지만) 또 첫눈에 반해서 결혼한 예쁜 안해와 귀염둥이 아들놈까지 있으니 말이야.

      뭐가 이기고 지는 인생이냐? 그놈에게 예쁘고 박식한 안해가 있어? 귀엽고 총명한 아들놈이 있어? 그래, 내가 이긴거야.

      허리가 쭉 펴지면서 취기가 확 올라오고 눈앞이 알른거린다. 근데 안해가 앞에서 쓰레기통에 무언가를 툭 던지고 집으로 들어가는것이 눈에 띄였다.

      자꾸 옆으로 기우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쓰레기통안을 들여다보니 까만 어둠속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눈을 파랗게 뜨고있었다. 헉! 그놈의 고양이, 간이 떨어질번했네.

      아빠트 1층 복도벽에 모기가 살벌할 정도로 가득 붙어있었다. 언제부터였던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겨울에 3층집 하수도가 고장나서 1층까지 오수가 흘러내리면서부터인것 같다.

      모기는 하얀 벽에 딸기의 까만 씨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몸이 오싹
할 정도로 끔찍하게 많았다.

      나는 비틀거리면서 손바닥으로 그놈들을 퍽퍽 쳐댔다. 손에 닿은 몇놈이 바닥에 떨어지고 나머지 놈들은 황급히 구석으로 날아가버렸다.

      가증스러운것, 그냥 지나치면 언젠가 집안에 날아들어와서 피를 빨아먹을것이 분명했다.

      문득 안해도 방금전에 자기가 모기를 “도륙”냈던것처럼 그 고양이를 죽여서 버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그랗게 눈을 뜬채로 죽은 고양이, 근데 그 고양이는 피를 빨아먹는 모기도 아닌데 뭐가 거치장스러워 죽였을가? 뭐가 방애가 된다고 죽여버렸을가?

      집문을 두드렸다. 당당 발을 구르며 뛰여오는 소리와 함께 빠금히 문이 열리면서 아들의 얼굴이 보였다. 아들의 얼굴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것 같다. 동시에 또 다른 무게가 손잡이를 쥔 어깨를 누르는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안해가 또 악몽에 시달리고있을무렵, 나도 이상한 꿈을 꿨다. 아들과 함께 공원에 놀러 갔는데 애가 박수를 짝짝 쳐대자 공작새가 날개를 좌악 펼쳤다. 공작새의 날개에는 고양이의 파란 눈이 가득 달려있었다…



      쓰레기통


      강뚝의 복숭아나무에 하나둘 꽃이 피자 괜히 강뚝을 찾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작년에 강뚝옆 아빠트단지의 담벽에 대문을 내는 바람에 질풍처럼 달리는 자동차들이 일군 먼지가 산책하는이들의 량미간을 찌프리게 했다.

      뽀얗게 반공중까지 휘말려올랐다가 바람에 확산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먼지를 보니 겨울에 이곳의 다리며 강이며를 삼켰던 스모그가 생각났다.

그날 녀자는 퇴근하여 집으로 들어오면서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오지?”

      마침 남자도 막 집에 들어서는 참이였다.

      “이번 주부터 운동하기로 했단 말이야.”

      “그래두 날씨를 보고 걸어야지.”

      “괜찮을거라고 생각했지. 갈수록 스모그가 더 짙어질줄 누가 알았겠어.”

      녀자는 신문사 기자고 남자는 자그마한 건축회사를 금방 차렸는데 둘사이에 올 3월말에 두돌이 지난 아들애가 있었다. 말문이 튼 아이는 녀자가 밖에 데리고 나가서 산책을 하다가 말공부를 시키면 곧잘 따라했다.

      “쓰-레-기-통!”

      “쓰-레-기-통!”

      난 초록색을 하고있다. 원래는 짙은 록색이였는데 산뜻한 연초록색으로 다시 칠해졌다. 사실 난 짙은 록색이 맘에 들었다. 애초부터 난 눈에 띄지 않게 모든것을 묵묵히 받아주는 그런 존재였다.

      모든것이란 말 그대로 모든것이였다. 바닥이 닳도록 신다 버린 구두, 온여름 싫증나도록 입다가 버린 멀쩡한 원피스, 쉰내나는 반찬찌꺼기, 눈을 동그랗게 뜬 생선대가리, 누군가의 눈물과 코물을 닦았던 휴지, 아이들이 씹다버린 껌, 누군가의 화풀이대상이 되여 박산난 그릇쪼각, 한쪽 눈알이 빠진 곰인형, 말끔히 마셔버린 음료병… 사람들은 매일 쓸모 없어진 물건들을 나한테 버린다.
쓸모가 없어진 물건, 하지만 그 물건마다에 쓸모 있었을 때 실렸던 감정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운 감정들. 나는 매일 그들이 버린것들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읽는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워서는 안되는 말 못할 감정이여도 그들은 시름 놓고 나에게 버린다. 왜냐하면 나는 말을 못하는 쓰레기통이니까. 나는 그 감정들을 읽을줄만 알았지 남에게 말해줄수가 없다. 동시에 나는 그들의 슬픈 감정을 위로하지도 못하고 기쁨에 동참하지도 못한다.

      그래, 나는 사람의 감정을 읽을줄 아는 쓰레기통이다.

      해볕이 쨍쨍한 어느날, 내속에 고양이 한마리가 들어왔다. 언제 누가 넣었는지 깜빡 잠이 들어 몰랐었다. 그 고양이는 털이 하얬는데 깔끔한것으로 보아 길고양이는 아닌듯싶었다. 내 품안에서 얼마동안 있다가 그 고양이는 환경미화원아저씨의 청결차에 실려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뒤 또 얼룩고양이 한마리가 내안에 버려졌다.


      고양이


      난 고양이다. 《난 고양이다》는 일본소설속의 고양이처럼 인간을 관찰하고 관심하는 고양이가 아니다. 그저 해볕을 쬐기 좋아하는 고양이일뿐이다.

      나한테는 죽을 때까지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 주인도 없고 험한 세상을 함께 헤쳐온 친구도 없다. 그래서 난 걱정거리도 없다. 쓰레기통을 들추면 언제라도 먹을것이 나오고 강가에 가면 나비, 잠자리 같은 놀 거리들이 많다.

      내게 있는것이라면 저 하늘의 해볕이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것이라면 저 하늘에서 한없이 쏟아져내리는 해볕이다. 사람들이 더럽다고 꺼리는 이 몸뚱아리를 포근히 만져주는, 내 몸을 비추는 저 해볕만이 내것이다.

      해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때면 나는 그걸 감사히 즐긴다. 해살이 쫘악 펴진 풀밭우에 노그라져있는것을 좋아하는 나는 천상 고양이다.

      나는 알록달록 꼭두각시 같은 옷을 입고 포근한 자리에 누워 지붕과 벽 그리고 에어컨이 만들어준 따뜻함에 만족을 느끼는 그런 애완동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만날 지저분한 몰골을 해갖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나 잠자리를 쫓아다니지도 않고 먹는것에 미쳐 쓰레기통을 뒤집지도 않으며 까칠해서 연약한 아이들에게 겁을 주지도 않는다. 나는 나를 해치려는것들을 한눈에 알아보고 꼬리를 세우면서 독기어린 눈과 날카로운 발톱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지킬줄 아는 그런 고양이다. 나는 해가 별처럼 쏟아지는 초여름 대낮이 가장 좋다.

      해볕은 내게 장난감이다. 따뜻하게 단 돌우나 포근한 풀밭에서 엎디고 뒹굴면서 해볕을 맘껏 갖고 논다.

      해볕은 내게 사탕이다. 내 몸에 쏟아져 더욱 달달해진 해볕을 나는 혀로 열심히 핥으며 그 달콤함에 녹아든다.

      해볕은 내게 샤와다. 쏟아지는 해빛폭포속에서 나는 열심히 내 몸을 닦는다.
내 몸은 금시 향기로 그윽해 풀밭의 꽃들도 울고 갈 지경이다.

      해볕은 내게 화장품이다. 해볕속에서 검은색털은 까마귀날개처럼 윤기가 흐르고 흰색털에는 은빛이 찰랑거려 눈이 부신다.

      해볕은 내게 생명이다. 해볕이 있는 한 난 내 생명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내 몸은 늙었다. 어느날, 따뜻한 해볕을 쬐면서 잠간 졸았는데 꿈에 공작새를 물어 죽였다. 깨여보니 온 누리가 해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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